아이리스 챙(Iris Chang)의 난징대학살 (The Rape of Nanking)
Iris Chang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무료 마일리지로 받아보게된 Time지 덕택이었다. 쌓여가는 Time지를 보며 영어 공부에 대한 나의 허망한 시도에 한숨을 내쉬며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 날도 가벼운 마음으로 11월 22일자의 Time지를 집어들었고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 하면서도 무작정 페이지를 넘겨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Iris Chang의 자살 소식을 읽게 되었다.
부고란에서 그녀의 밝은 미소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 사진이 분류가 잘못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었다. 그녀의 웃음은 크진 않았지만 적어도 삶에 대한 긍정이 우러나는 잔잔한 웃음이었다. 그 웃음에서 가장 먼저 희망을 보았기에 들어보지도 못 했던 이 여성의 자살 소식은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성공한 역사학자의 자살 소식은 감성적으로 들리게 마련이고 나 또한 호기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The Rape of Nanking: The Forgotten Holocaust of World War II의 저자 Iris Chang. 그녀는 The Rape of Nanking을 통해 1937년 12월 중국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의 야만적인 학살행위를 공식적인 문서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서 전세계에 고발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참혹한 역사에 대한 상세한 서사는 그 과거를 무시해온 전 세계를 준엄하게 꾸짖는 듯하다. 전후 전범재판소의 발표에 따르면 26만명, 많은 역사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3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이 끔찍한 학살이 왜 그리고 어떻게 자행되었는지, 그 참혹한 학살 후 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 그녀는 냉철하게 분석해낸다. 중요성이 잊혀진 이 학살에 대해, 그 진정한 해결을 위해, 어느 역사가도 해 낸 적이 없는 용기있는 접근을 한 것이다.
학살의 주체, 일본을 준엄한 역사의 재판위에 다시 올리기 위한 그녀의 이런 시도는 물론 쉬운 것이 아니었다. 60년 넘은 세월 속에서 생존자들의 증언이 점점 더 귀해진다는 점, 아시아, 유럽, 북미등에서 고의적으로 혹은 자연적으로 없어져가는 증거들을 찾아내야 했다는 점, 그런 증거들과 증인들을 개인적으로 확인하고 인터뷰해야했다는 점,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끔찍한 학살행위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상실감을 접어두고 빠짐없는 서술해야했다는 점등 이런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그녀는 해 낸 것이다. 과거를 은폐하기에 급급할 뿐 아니라 2차 세계 대전 전범자들에 대한 신사참배가 공공연하게 시행되고 있는 일본의 신군국주의에 대해 전 세계에 엄숙한 경종을 울린 것이다.
어렵게 구한 그녀의 한글판 The Rape of Nanking (난징대학살)을 참으로 힘들게 읽고 나서야 나는 그녀의 자살 소식을 접했을 때 멋모르고 던졌던 질문에 몹시도 부끄러워졌다. “성공한 역사가의 자살”이라는 매스컴에 훈련된 나의 선정적인 호기심. 그녀의 책을 수십번 눈을 감고 멈추어가면서, 그 잔학성에 치를 떨면서 읽어내고 나서야 나의 세속적인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던가를 알 수 있었다.
밝은 웃음이 잘 어울리는 듯한 그녀가 왜 한창의 나이에 자신의 삶을 거둘 수 밖에 없었는지, 진정 활동하는 역사가로서, 역사의 어둠을 용감하게 드러낸 작가로서, 딸과, 아내와 부모로서의 모든 인연을 끊고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길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들.
이런 질문들은 아주 중요한 질문들이다. 특히 살아있는 그녀의 가족, 친구,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 상처만큼이나 큰 질문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독자인 나는, 뛰어난 인재로서의 그녀의 자살 소식은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이제서야 알게 된 그녀의 훌륭한 역사서를 그 자체로서 평가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책을 써낸 그녀의 업적 자체를 우러러야할 것이다. 단지 그녀가 이쁜 사진으로 Time지의 부고란을 장식한 30대 성공한 역사가여서가 아니라…
책을 써가면서 그녀가 겪어야했던 상처와 고뇌와 눈물이 그녀의 몫이었다면 그 소화하기 힘든 책을 읽어낸 한 독자로서의 나의 몫은 그런 과거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게, 그런 과거에 대해서 정당한 조취가 취해지도록, 그녀가 전하려 한 메세지를 조금이라도 더 활동적으로 실천하기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책을 쓰는 내내 그녀가 새겨두었다는 경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는 문구를 나도 마음에 담아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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